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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서류전형에서 수험생의 강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기소개서 대필이 성행하고 있다. 대신 써주는 값이 수십만에서 천만원대에 달한다.

자소서는 대입전형 서류 중 수험생이 재량껏 기재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이다. 자소서에 '목을 매는' 수험생과 이를 이용한 사교육계의 합작품이 대필·표절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 일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학원가에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필이 암암리에 성행하는 건 비밀도 아니다.

입시업계는 강남 일대에서 자소서 대필 한 건당 최고 200만원, 보통은 50만∼60만원 정도에서 '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소서 대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주로 명문대 재학생이 신종 고액 아르바이트로 접근하거나, 대치동이나 목동의 학원가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강사가 입시상담을 해주면서 은밀하게 권유하는 경우로 나뉜다.

수험생들이 입시정보를 교환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동생이 명문대생으로부터 자소서 대필에 1천만원을 요구받았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을 정도로 자소서 대필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자녀의 입시를 앞둔 학부모로서는 자녀가 선망하는 대학에 먼저 합격한 명문대생이 자신의 합격 경험을 내세우며 접근해올 경우 이를 쉽게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자소서 대필이 알려질 경우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처분될 수 있음에도 양측의 당사자 모두가 쉬쉬하는 가운데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다.

한 입시 전문가는 "학부모의 재력이 상당한 경우에는 여러 군데 자소서 대필을 맡긴 뒤 좋은 부분을 짜깁기해서 완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자소서 대필은 액수 차이만 있을 뿐 전국 수험생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개인과외를 받으며 자소서를 위한 독서, 봉사활동 등 전반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이런 경우 주 3차례 월 50만원 선에서 과외가 이뤄진다. 자소서에 대한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나친 열망에 일부 학교마저도 대필이나 표절을 넘나드는 아찔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일부 고3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의 자소서를 '족보' 삼아 잘 쓴 몇 토막을 골라 예시로 가르치거나 아예 학생들에게 합격 자소서를 나눠준다.

수험생을 둔 경기 성남의 한 학부모는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입력하면 담임교사들이 접속해 수정해주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평소 관심을 둔 학생의 자소서에 더 공을 들이기 마련"이라며 "교사 손을 거치면 평범했던 자소서가 신화창조 수준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송형래 광주시진학부장협의회 회장은 "자소서를 잘 쓰려면 남이 쓴 글을 보면 안 되고 뭔가를 하게 된 동기와 배운 점을 순수한 마음으로 써야 한다"며 "교사가 직접 쓰면 금방 드러나므로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방향을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소서를 두고 고액의 사교육비가 오가고 공교육마저도 수험생들에게 대필, 표절을 조장하다 보니 일각에선 대입 과정에서 자소서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학부모 김모(56)씨는 "자소서는 시험처럼 정확하게 점수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최대한 잘 쓰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며 "돈이 많은 학생은 전문가로부터 첨삭 지도도 받을 수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동래구 한 고교 담임교사(53)는 "자소서 작성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암암리에 전문 논술교사에게 맡기는 학생들이 있다"며 "차라리 일부 대학처럼 자소서를 없애고 생활기록부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한종구 이종민 형민우 김용래 이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