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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해 나름 유망하다던 중국어를 전공했다. 그때만 해도 졸업 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상해보지 못했다. 1년 휴학으로 졸업을 미뤘지만 결국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2012년 졸업한 A씨(30) 이야기다.

 그는 지난 4년간 모두 회사 3곳을 전전했다. 한 중견기업의 인턴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일단 경력을 쌓으면서 다음을 준비하자’는 판단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대와 달리 정식 취업은 되지 않았고, 이후 인턴만 두 번째다. 중간 중간 편의점, 택배, 방송국 촬영보조 등까지 아르바이트 경력만 늘었다. 그는 “일단 눈높이를 낮춰 일을 배우면서 준비하려고 했는데 짧은 경력은 거의 인정이 안 되고 나이만 늘었다”면서 “첫 시작이 잘못된 것인지 후회된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첫 일자리가 임시·일용직 등 불안정한 상태인 청년이 늘고 있다. 더욱이 첫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이었던 청년 중 30∼50%는 직장을 옮겨도 상용직이 되지 못하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이직에 성공하는 경우도 5%에 못 미쳤다.

 29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2014년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 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청년층 대졸자의 초기 일자리 이동’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는 취·창업 경험이 있는 30세 미만 대졸자 1만4235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19.8%가 졸업 후 2년 내에 직장을 옮겼고 14.8%는 일을 그만둔 상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직률은 첫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인 경우 훨씬 높았다. 직업 안정성이 이직의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일자리가 1000명 이상 대기업인 경우 이직률(21.0%)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19.7%)에서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 대기업 인턴 등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보고서는 “졸업 후 첫 직장이 대기업인 경우 상용직보다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고용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번 임시·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한 청년은 직장을 옮겨도 또 다시 임시·일용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 직장에서 상용직으로 고용된 청년 대졸자가 이직 시 82.1%가 다시 상용직이 된 반면 임시·일용직으로 시작한 이들은 각각 64.8%와 46.4%만 상용직이 됐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도 여전히 어려웠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처음 취업한 청년이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이은혜 연구원은 “첫 일자리의 고용 형태·질이 낮으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경력 사다리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훈련·청년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