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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명문고로 알려진 K고교. 20년전 이 학교에서 전교 10등 안에 들면 서울대 진학이 가능했다. 반에서 1등 하면 서울대, 2~3등 하면 연세대나 고려대 합격권에 들었다. 반에서 3등 안에 들면 이른바 'SKY' 진학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 2012년 현재는 어떨까. 고교 3학년 전체 통틀어 SKY 진학은 2~3명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의 열정이 식어서일까. 학생의 수준이 떨어져서일까. 지난 20년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SKY 출신 취재원들을 만나다 보면 대학입시 환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20년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 애가 반에서 1등을 하고 있는 데도 입시상담을 받아 보면 SKY 진학이 어렵다고 한다'며 풀이 죽어 있다. 그러면서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SKY 들어가기가 어려워진 것이냐'고 하소연한다.

'99%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의 저자 최영석 씨는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우선 입학정원이 상당히 축소됐다. 1984학년도 입학정원은 서울대 6400명, 연세대 5451명, 고려대 5639명이었다. 그런데 2012학년도 정원은 서울대 3096명, 연세대 3374명, 고려대 3772명이다. 모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고교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1980년대에는 한 반의 학생 수가 6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30명 정도다. 요즘 반에서 5등은 과거 반에서 10등 하던 것과 똑같다는 얘기다. 올해 SKY 입학정원은 1만여명. 전체 수험생(70만명)의 1.4% 수준이다. 1등급(4%)으로 SKY 진학이 보장되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입학정원이 절반으로 줄고, 고교 등수의 가치도 절반으로 떨어졌으니 한 학급에서 과거와 똑같은 수준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4분의 1로 줄어든다. 결국 명문대 들어가기가 4배 정도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기준으로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면 어디까지 가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안 된다."

수험생 70만명 시대의 자화상이 이렇다. 그럼 20년 뒤인 2032년에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지금 아이를 낳는 부모들은 20년 뒤 환경변화를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있어야 '때늦은 후회'를 할 확률이 줄어든다.

2030년에 고교졸업 인원은 4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저출산으로 무려 30만명 정도의 수험생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시설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학급당 학생 수는 15~20명 정도가 된다. 지금은 경제활동인구 6명당 1명꼴로 노인을 부양하면 되지만 20년 뒤에는 3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젊은이가 너무 없어서 1등이고 꼴찌고 모두 소중한 시대가 오는 것이다.

아마 20년 뒤에도 SKY 진학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SKY 진학 열기는 분명 예전만 못할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SKY를 목표로 하기 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재능과 적성을 살려 최대한의 능력 발휘를 하게 만드는 게 사회와 부모의 책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