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정보/진학지도

그들이 의대를 버리고 공대로 간 이유는?

의대를 최고로 치던 대학 전공 선택 관행에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적성과 비전을 고려해 이공계 유망학과를 선택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선택의 중심에는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특성화학과가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의대가 아닌 이공계 진학을 먼저 추천하고 자녀의 꿈과 선택을 적극 지지하는 등 부모 세대의 이공계 인식도 진일보한 모습이다.

◇한의사보다 반도체 전문가=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12학번 정다예양의 아버지 정용길 씨. “제가 먼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추천했습니다. 한의대는 하향세지만 반도체는 뜨는 분야 아닙니까. 추천한 사람도 많았고 무엇보다 미래 비전을 고려했습니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상위 0.7%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둔 정다예양은 경희대 한의대와 동국대 한의대에 합격했지만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진학했다.

최고 시설과 학교의 아낌없는 투자, 졸업 후 삼성전자 취업 보장 등 정양 마음을 움직인 요인은 다양했다. 부모님도 이를 권유했다. 아버지 정씨는 “활발한 성격의 딸에게는 한의사보다 목표를 갖고 일하는 직장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중요한 것은 딸의 적성”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꿈, 응원합니다=“처음 아들이 한의대를 포기하고 공대를 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반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의사가 더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공대가 적성에 맞는다는 아들 뜻을 결국 존중했습니다. 지금은 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김덕근·한양대 에너지공학과 12학번 김동현군 아버지)

동국대 한의대와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에 동시 합격한 김동현군은 공학도의 길을 택했다.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꼈고 평소 관심 있던 에너지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결심이 선 김군은 자신의 뜻과 미국 유학 등 구체적 학업 계획으로 부모님을 설득했다.

김군은 “부모님도 이제 에너지 분야의 장점과 비전을 잘 알고 있다”며 “좋아하는 공부를 열심히 해 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기 적성 찾아가더라고요”=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의 12학번 A군(군사이버국방학과는 국방부 계약 관계로 재학생 신원 미공개)의 어머니 김민자씨. “중학교 때 해킹문제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컴퓨터 보안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의대를 그만두고 사이버국방학과를 간다고 했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결국 자기 적성을 찾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세대(원주) 의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군은 작년 7월 수능을 다시 보기로 결심했다.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던 차에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신설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사이버국방학과에 합격한 A군은 보안분야 미래 비전과 본인 적성이 맞아떨어져 부모님을 설득했다.

A군은 “안정적인 인생보다 도전적 삶에 매력을 느낀다”며 “안철수 교수처럼 보안 분야 벤처 창업자 혹은 정책 분야 정보보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