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정보/질병관리

편리한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손목·어깨는 "괴로워"

엄지 과도한 사용으로 염증 생겨 손가락 관절 손상까지
과도한 PC사용 따른 손목터널증후군 여성이 더 잘 걸려
디지털치매 예방 위해선 인쇄물 읽고 내용 메모 습관을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직장인 김미정(29ㆍ가명)씨는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손이 쉴 틈이 없다. 얼마 전부터 자고 일어나면 손목이 저리고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은 김씨는 '손목터널증후군' 초기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컴퓨터 사용 시간을 최소화 하고 손목보호대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정식(32ㆍ가명)씨는 예전 같으면 줄줄 외워 부르던 노래들도 자막 없이는 자꾸 틀리고 친한 친구들 전화번호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김씨는 혹 자신이 디지털기기의 과다사용으로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디지털 치매'가 아닐까 걱정한다.

노트북ㆍ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편리함을 주고 있는 반면 과다사용으로 인한 건강상 부작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디지털 치매, 거북목증후군 등 이른바 각종 디지털 질환들이 젊은층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과다사용이 영향을 끼치는 신체 부위는 손가락에서부터 목ㆍ어깨ㆍ두뇌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손목저림 증상 '손목터널증후군'=컴퓨터 및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젊은층 손목건강에 빨간 불이 커졌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진료통계에 따르면 2006년 8만5,944명이던 환자수가 2010년 12만9,857명으로 4년새 50% 가량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덜하긴 하지만 젊은층 환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같은 기간 20~30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수는 1만2,190명에서 1만6,285명으로 34%가량 늘었다. 20~30대 환자의 경우 성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환자(1만1,008명)수가 남성환자(5,277명)수보다 2배 가량 더 많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의학적 용어로 '수근관증후군'이라고 한다. 손목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 신경, 혈관 등이 지나가며 이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일종의 터널이 있는데 이를 수근관이라 한다. 과도한 손 사용 등으로 인해 손목 터널의 공간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게 되고 힘줄이 자극을 받아 손저림 등 마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장시간 컴퓨터 키보드 작업, 마우스 더블클릭 행위, 과도한 휴대폰 문자 메시지 작업, 무리한 운동 등이 손목터널증후군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를 고려하나 마비증상이 올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좁아진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한번 증상이 악화되면 원상태로 회복이 힘들다는 점에서 예방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환자가 많은 데 대해 황보현(정형외과 전문의) 은평 힘찬병원 과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수근관이 더 좁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수근관이 좁아질 수 있는 일(잦은 집안일 등)을 하는 빈도가 남성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량이 동일하다고 해도 여성에게 발병 빈도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황 과장은 또 "컴퓨터 사용시 50분 작업후 10분 가량은 휴식을 취하거나 가급적 손목받침대를 사용해 손가락과 손목의 높이를 맞춰줘야 손과 손목의 피로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며 "손가락이 뻐근할 때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5초 동안 서서히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 등 손가락ㆍ손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지인 전화번호도 기억못하는 '디지털 치매'=디지털 치매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저하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을 손쉽게 습득하면서 생기는 각종 건망증의 악화를 의미한다.

예전 같으면 줄줄 외워 부르던 노래 가사를 자막 없이는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부를 수 없게 되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자주 다니는 길도 불안해진다.

이병철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경우 웬만한 전화번호는 휴대전화 단축키 설정을 해 놓고 전화번호부 검색기능에 익숙해져서 전화번호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수시로 이용하는 컴퓨터와 휴대폰 계산 기능 덕분에 간단한 암산도 잘 안된다"며 "기억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기억하는 용량이 줄 수밖에 없어 디지털 치매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의 기억은 뇌의 '해마'에서 주로 담당한다. 해마는 쓸수록 뇌세포가 증가한다. 그런데 기억을 하지 않으면 해마가 위축되면서 실제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이 줄어든다.

실제로 과거 영국에서 런던 택시기사들의 뇌를 MRI로 찍어봤더니, 해마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런던에서 택시 면허를 따려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런던 시가지를 골목골목 암기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의 뇌 MRI를 보면 해마가 매우 위축된 상태다.

디지털 치매를 막으려면 뇌를 훈련시켜야 한다. 이를 '뉴로빅스'라고 한다. 체력단련을 위해 에어로빅을 하듯, 우리 뇌 건강을 위해 뉴로빅스를 하는 것이다. 신문이나 책 등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인쇄물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해 메모하는 습관 등이 필요하다.

또 전화번호를 기억해 직접 누르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인터넷의 SNS(쇼설네트워크서비스)에 너무 의존하기 보다는 사람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일자목 변형 부르는 '거북목증후군'=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스마트폰ㆍ태블릿PC 이용 시 고개를 내밀게 되는데 마치 거북이처럼 구부정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게 되면 앞쪽으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C자형 정상 목뼈가 일자형으로 변형된다. 이를 거북목증후군이라 한다.

백경일(신경외과 전문의) 부평힘찬병원 과장은 "목 통증으로 병원을 내방하는 환자의 90% 이상이 C자 커브가 없으며 현대인들의 목이 점점 일자목에 가깝게 변하고 있다"며 "컴퓨터, 디지털 기기 사용 등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경추의 부담이 늘어나고 운동 부족으로 근력이 약해진 것이 현대인 일자목 변형이 급증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목이 되면 외부충격으로부터 대응력이 떨어지고, 목에 피로를 쉽게 느끼며 어깨와 등에도 통증이 찾아와 목디스크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이를 받쳐주는 어깨 근육 역시 긴장돼 항상 어깨가 무겁고 뻐근함을 느끼게 된다. 이 증상이 오래되면 경직된 근육들이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해 만성두통을 일으킬 수도 있다.

목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선 휴대폰을 책상에 놓고 이용하기보다 손에 들고 20cm 이상 거리를 두고 되도록 가슴높이 이상 들어 올려, 눈높이에 맞춰 사용한다. 손목이나 손가락에 통증이 느껴질 땐 사용을 잠시 중단하고 손목을 가볍게 주무르거나 털어주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게임이나 인터넷 등을 하느라 무심코 같은 자세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목과 어깨, 허리 등의 근육을 경직시키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같은 자세를 10분 이상 지속하지 않도록 수시로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어깨결림 불러오는'근막동통증후군'=신경학적으로 이상이 없는데도 어깨ㆍ뒷목ㆍ허리ㆍ엉덩이 등의 근육이 뭉쳐 뻐근하고 쑤시는 증상을 근막동통증후군이라 한다. 흔히 담이 들었다고 말하는데, 목에서 어깨로 내려오는 곳이 심하게 결리고 돌처럼 딱딱한 부위가 느껴진다.

보통 컴퓨터로 업무를 볼 때 턱을 앞으로 내밀고 등을 웅크리며 어깨와 팔이 기둥처럼 지하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어깨 근육과 힘줄, 인대가 과도하게 긴장상태로 유지되면서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근막동통증후군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어 대부분 치료받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게 문제다. 근막동통 증후군은 이미 근육 조직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호이기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가 진단해 방치하면 계속 재발해서 두고두고 어깨를 괴롭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검진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근막동통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우선 어깨 경직을 피하는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턱은 가슴 쪽으로 약간 당기듯이 앉고 목을 구부리지 않는다. 양 팔꿈치는 팔걸이에 의지하며 무릎은 골반보다 약간 높도록 의자를 조정한다.

업무 중에도 수시로 기지개를 켜 근육을 풀어주고, 어깨를 돌리는 등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는 것이 좋다. 근막동통증후군으로 인해 생기는 따끔거리는 정도의 가벼운 통증은 꾸준히 스트레칭만 해주어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근육이 많이 경직된 날엔 따뜻한 물에 20~30분 반신욕을 하면 좋다. 평소 어깨결림이 심한 사람은 집에서도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준다. 똑바로 서서 수건을 오른쪽 어깨위로 넘겨 등 뒤에서 등 뒤에서 왼손으로 수건의 다른 쪽 끝을 잡는다. 왼손을 아래로 당겨서 오른 팔을 스트레칭한다. 20초간 유지하고, 양팔을 번갈아 가면서 스트레칭한다.

◇엄지손가락 뻐근해지는 '블랙베리증후군'=블랙베리증후군(BlackBerry Thumb)이란 기기조작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나타나는 관절 질환을 뜻하며, 엄지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특히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닌텐도DSㆍ소니PSP 등과 같은 휴대용 오락기의 사용도 마찬가지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블랙베리증후군은 손가락이 뻐근해지다가 어느 순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많이 쓰는 엄지ㆍ검지ㆍ중지에 어느 순간 힘이 쭉 빠져 손잡이ㆍ펜 등을 잡을 때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진행되면 손바닥이 찌릿하고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는 엄지를 많이 움직이면서 주변 근육과 힘줄에 반복적인 충격을 줘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손가락 관절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엄지는 손가락 중 가장 단순한 운동반경을 가지고 있어, 반복적 사용에 의한 부작용이 다른 손가락에 비해 크다.

특히 큰 관절과 달리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의 경우 관절의 손상이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유발시키며, 무릎, 어깨같이 관절의 범위가 넓지 않아 치료 또한 까다롭다.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엄지를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5분 이상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 말고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 짬짬이 손가락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좋다. 긴 이메일을 보내거나 문서작업을 할 때에는 데스크톱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외에도 MP3플레이어 등의 음악기기의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청력손상 및 컴퓨터의 스크린에서 방사되는 X선ㆍ전리방사선 등의 해로운 전자기파로 인해 유발하는 두통, 시각장애 등의 증세를 일컫는 컴퓨터 단말기증후군(VDT 증후군) 등이 대표적 디지털 질환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