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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진학지도

돌아온 ‘절대 평가’에 어떻게 맞출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2월13일 '중등학교 학사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기존의 상대 평가에서 절대 평가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2005년 절대 평가에서 상대 평가로 바꾼 지 6년 만에 다시 절대 평가로 돌아가는 셈이다. 학부모들은 절대 평가가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과 손익을 따져보느라 골치가 아프다. 새로운 절대 평가, 어떻게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까.

교과부가 발표한 절대 평가의 골자는 학업 성취 수준에 따라 5~6단계로 구분하는 절대 평가 방식에, 지금처럼 과목별 원점수와 과목 평균, 표준 편차를 함께 표기하는 상대 평가 요소를 결합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를 합친 혼합형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성취도는 '수우미양가'에서 'ABCDE(F)'로 바뀌고, 석차(등수)에 따른 등급 대신, 원점수/과목 평균/표준 편차가 들어간다. 9단계로 나뉘어 있는 석차 등급이 5~6단계 성취도 등급으로 바뀌는 것이다. 중학교는 현재 수우미양가 등 성취도 외에 석차까지 표기하던 것에서, 석차를 뺀 원점수/과목 평균/표준 편차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처럼 자세한 등수는 알 수 없지만, 같은 성취도 안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도는 가늠할 수 있게 했다.

'F 등급' 받은 학생에게 '재이수제' 도입 검토

시행 시기도 중·고등학교가 다르다. 고등학교는 현재 중1이 고등학생이 되는 2014학년도부터 적용한다. 그러나 실습 비중이 높은 전문 교과를 배우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중학교는 당장 내년 1학기부터 적용된다. 교과부는 최하위 성취 등급인 F(40% 미만)를 받은 학생에 대해 해당 과목을 다시 공부하게 하는 '재이수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3학년도 시범 운영을 거쳐, 2014학년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5학년도부터 적용될지는 유동적이다.

이번에 나온 절대 평가는 고입과 대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4학년도에 고1이 될 중1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당장 고입 진로와 관련해 유불리를 따져보게 된다. 고교 선택을 대입 진로와 직결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 상대 평가 체제에서는 비교적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는 외국어고와 과학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경우 '불리한 내신'을 감수하고, 자녀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내신이 불리하더라도 수능이나 논술, 면접은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절대 평가 체제에서는 이처럼 내신이 불리해지는 현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내신이 불리하지 않다면,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비교적 면학 분위기가 좋은 외국어고와 과학고, 자사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외국어고와 과학고, 자사고의 2013학년도 고입에서는 현재 평균 1.4 대 1 안팎 수준인 경쟁률이 일정 부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내신과 면접으로만 치르는 자기 주도 학습 전형으로 인해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들 학교의 인기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2월16일 서울의 한 특목고 입시학원이 연 2011년 고입 결산 입시설명회에는 평소보다 서너 배나 많은 학부모가 몰렸다. 이 학원 관계자는 "원래 올해 고입을 결산하는 설명회로, 절대 평가에 대비한 행사가 아니었는데도, 교과부의 절대 평가 방침이 나온 이후 갑자기 신청이 몰려 3백명 이상이 등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바뀌는 절대 평가 체제에서 외국어고나 과학고,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이 대입에 유리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의 상대 평가 체제보다 이들 학교들의 내신 불리 현상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요건은 다양하고, 내신은 수많은 요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교과부의 발표를 보면, 절대 평가에 상대 평가 방식을 결합시킨 혼합형 평가이다. 절대 평가이지만, 석차나 석차 등급만 없을 뿐 각 성취도(ABCDEF) 안에서 수준을 알 수 있도록 원점수와 과목 평균, 표준 편차를 표기하고 있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자사고에 들어가더라도 일정 정도의 내신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절대 평가로 인해 내신 불리 현상이 사라진다는 판단만 가지고 외국어고나 과학고, 자사고를 준비해서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교육·입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부모들에게 강조한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아이의 특성부터 살피라는 조언이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자사고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어 면학 분위기가 좋고 진학 실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학업 스트레스 많은 학생의 진로는?

예를 들어, 자녀를 이들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해서, 또 자녀 스스로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준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들 학교는 면학 분위기는 좋을지 몰라도, 학업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남과 비교하며 공부할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는 학업 스트레스가 공부 습관을 망치고, 결국 좌절해 대입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평소 매우 소심하고, 시험 기간만 되면 상당히 예민해진다거나, 시험 결과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등 학업 스트레스에 취약한 아이라면, 외국어고나 과학고, 자사고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중간에 좌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아이 스스로가 이런 학업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경쟁을 즐기는 성격이라면 이런 학교에 진학해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성적이 입학 가능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입학을) 준비시키자'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외국어고나 과학고의 경우 해당 교과에 흥미가 없으면 합격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작 아이는 관심도 없는데, 서류 전형의 비교과 '스펙'을 쌓는다는 이유로 부모가 나서서 준비시키는 경우 이들 학교에 합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주의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이들 학교의 대입 진학 실적에 대한 착시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학교들이 잘 가르쳐서 진학 실적이 좋은지, 아니면 원래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그 학교에 들어가서 결과적으로 진학 실적이 좋은지, 한 번쯤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이들 학교의 우수한 진학 실적이, 학교에서 잘 가르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좋은 공부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비상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이들 학교의 경우 지나친 경쟁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대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런 사례는 거의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반대로 비교적 면학 분위기가 떨어지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자기만의 공부 습관을 가지고 대입에 성공하는 아이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제도상의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 아이의 특성부터 신중히 고려해 멀리 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충고이다.

김재천│EBS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