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정보/취업지도

"50살에 해도 남는 장사"…'베이비부머 공시族' 급증

 

나이제한 풀리며 7·9급 대거 응시…"조기은퇴 두려움 없는 해방구"

정모씨(53)는 지난해 12월, 24년 동안 몸담았던 국민연금공단을 그만뒀다. 정년이 60세
까지 보장되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공단의 4급직이었던 정씨는 더 이상 승진이 어려워 57세에는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20년 넘게 부어 온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의 연계도 가능해져 9급 공무원이 되면 60세까지 1억원 정도를 더 벌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올해 53세여서) 9급 공무원으로 7년을 일하는 게 공단을 57세에 그만두고 3년을 백수로 지내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7·9급 공무원시험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일대에는 요즘 정씨와 같은 40~50대 공시족이 적지 않다. 2009년 공무원 응시에 나이 제한이 없어진 뒤 ‘인생 2막’을 공무원 신분으로 시작하려는 늦깎이 수험생들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국가직, 지방직) 응시자 35만여명 중 40대 이상은 1만1076명. 지난해 8122명보다 25.8%가량 늘었다. 이 중 2083명은 50세 이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채용과정에서 나이 때문에 불이익을 얻는 경우가 없느냐’는 문의가 꽤 많다”고 말했다.

40·50대 공시족이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앞당겨진 베이비부머들의 조기 은퇴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대다
수 베이비부머들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은퇴를 하지만 연금 수령은 60세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지 않을 경우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새 사업을 시작하기도 어렵다. 김태균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40~50대 공시족은 50세에 공무원을 시작해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공직 생활은)그들에게 조기 은퇴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라고 설명했다.

수원우편집중국에서 기계설비를 담당하는 김형국 씨(52)는 “기아자동차에서 16년가량을 근무하고 카센터를 차리려고 했지만 
경쟁도 심해 결국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캐세이패시픽에서 항공물류를 담당하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세관에서 근무를 시작한 김용완 씨(52)는 50대엔 관세직 공무원, 60대엔 관세사로 일하는 게 목표다.

늦깎이 공시족의 증가에 경계의 시각도 있다. 조경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은 위계질서가 엄한 데다 연공서열제이기 
때문에 50대 이후에 공직을 시작한다면 관료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