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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창업지도

트위터에서 수평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찬사가 많은데, 실제로 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뉴스 검색창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쳐 보았다. 20만건이 넘는 기사들이 검색된다. 여기서 나오는 'SNS'는 정확히 말하자면 트위터를 뜻할 때가 많다. 네티즌들이 트위터에 올린 내용만 모아서 쓴 기사도 있고, 기자 이름을 넣는 바이라인에 기자의 트위터 계정 주소를 같이 표기한 기사도 있다.

물론 트위터는 여러 SNS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트위터 이용자 수는 3억명으로 9억명이 넘는 페이스북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트위터가 SNS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4·11 총선 이후 트위터 한계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 트위터가 대세가 아니게 됐다는 증거를 찾긴 어렵다. 트위터 사용자들의 절반 이상이 몰린 수도권에서는 트위터 여론대로 여당이 패배했다. SNS 분석 서비스인 소셜메트릭스는 총선 직후 트위터에서 많이 언급된 지역구일수록 총선 투표율이 높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에선 트위터 한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찍이 보수진영에서는 트위터가 '괴담과 선동의 장'이라고 몰아세웠다. 보수진영의 의견과 무관하게 트위터의 한계를 말하며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여러 매체가 트위터를 '평등한 소통의 장'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실제 트위터는 현실의 영향력이 그대로 반영된 '불평등한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몇몇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지며, 개개인이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때 하루 종일 트위터만 바라보고 있었던 무용가 김정아씨(29)는 올해 들어 트위터를 거의 끊다시피 했다. 김씨는 정치인 등 유명인들의 트위터 사용 행태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다. "처음엔 정치인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여야의 유명 정치인들이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을 '여러분'으로 지칭하며 마치 정치연설을 하듯이 글을 올렸다.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것처럼 느꼈다."

김씨는 아이를 낳은 이후인 2010년 중반, 이미 트위터를 활발하게 사용하던 친구의 권유로 트위터에 발을 들였다. 자신의 친구와 달리 김씨에게는 트위터를 사용하는 지인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트위터를 하다 보면 육아문제 등 같은 고민을 나눌 사람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트위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로 하루를 보내면서 느낀 점이나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리곤 했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트위터에서 유명인들과 한 마디라도 대화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힐링'되는 내용을 주로 올렸던 한 유명인사는 김씨의 멘션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위터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나눈 대화 역시 김씨 입장에선 '소통'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아이가 예쁘네요', '오늘 점심 잘 드셨어요?' 등 단편적인 대화가 '소통'의 실제 내용이었다.

김씨는 "트위터에서 수평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찬사가 많은데, 실제로 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쉽게 가입하고 쉽게 쓸 수는 있지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사람을 찾기란 참 어렵더라"고 말했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신나정씨(가명·26)는 트위터가 대세로 떠오르자 매일같이 관리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떠나 트위터로 자리를 옮겼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올린 소식만 접하던 신씨는 "트위터를 통해 이름만 알고 지내던 활동가들이나 서울 이외 지역의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금세 소통의 벽에 부딪혔다. 신씨는 금세 수천명의 팔로어(자신을 친구로 등록한 사람)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싸이월드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토론'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팔로어 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가볍고 불필요한 정보만 넘쳐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달군 '나는 꼼수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한진중공업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올려도 아무도 답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신적인 피로감도 심했다. 140자로 제한된 자신의 트위터 글만 보고 자신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된 사람을 또다시 140자로 설득해야 하는 일이 가끔 발생했다. 그는 "현실에서 아는 사람들과는 인터넷에서 오해가 생겨도 직접 만나서 풀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험한 말로 시비를 걸어오면 해결하기도 어렵고 피곤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번역가 이인영씨(가명·28)는 트위터가 어느 순간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간 말"만 허용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스스로 "나는 한때 2분에 한 번 타임라인을 확인할 정도로 트위터 중독자였다"고 말했지만, 트위터 구경꾼으로 자신의 위치를 바꿨다.

2010년 트위터를 시작한 이씨에게 있어서 트위터는 "편하게 와서 잡담을 나누다 갈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씨의 주관심사는 여행, 영화, 신상품 등이었다. 하지만 트위터가 현실의 정치·사회 현안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이씨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었던 트위터가 마치 '정치적 의사표현'을 해야만 하는 공간처럼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씨와 같은 사용자들은 자연스레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트위터가 일종의 '여론의 척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진보·보수 양 진영의 '세 과시'도 심해졌다. 4·11 총선을 전후해서는 트위터가 공론의 장이 아닌 전장터와 같았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정치성향에 따른 편가르기가 심해졌고, 리트윗(다른 사람의 트윗을 자신의 트위터에 표시하는 일종의 추천 기능)만을 목적으로 가짜 계정을 여러 개 만드는 일도 빈번해졌다.

이씨는 "평소에 현실정치와 무관하게 사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은데, 언젠가부터 트위터에선 모든 사람이 정치평론가가 되어 있었다"며 "다른 사람들처럼 현실을 분석하는 글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언의 압박감을 많이 받았지만, 평소 관심이 없던 나에겐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트위터를 완전히 끊진 못했다. 시대에 뒤처질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두결한장'(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못 알아들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내게 다들 아는 얘기인데 왜 모르냐고 말하더라. 뒤처진 사람처럼 보일까봐 억지로라도 애쓰고 있다." 지금도 이씨는 하루에 한두 번씩은 트위터에 들어간다.

 

원치않게 늘어난 팔로어에 부담도


회사원 배진석씨(가명·35)도 이인영씨와 비슷하게 트위터를 주로 '보는 용도'로 사용한다. 배씨는 "개인용 웹진 개념으로 트위터 상에 올라온 글만 읽는다. 트위터에서 내 관심사와 관련된 것을 검색하면 언론보다도 빠르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트위터에 글을 올렸던 배씨는 "트위터에 올린 나의 생각, 취미, 활동범위 등도 일종의 개인정보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알 수가 없어서 글 올리는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싸이월드 1촌, 페이스북 친구맺기와 달리 한쪽에서 팔로(일종의 친구 추가 기능)만 하면 바로 그 사람의 글을 받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배씨처럼 원치않게 늘어난 팔로어에 부담을 갖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한편 배씨는 트위터를 통해 나름 배운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4·11 총선 때 배씨는 트위터 여론을 보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트위터 여론과 달랐고 배씨는 총선 결과에 대해 "참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씨는 지난 총선이 트위터 안에 갇혀 있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글만 주로 읽으면 사회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가질 수 없고 결국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정치인들이 '긍정적 착각'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내 삶 속에서 절감했다."

이인영씨는 4·11 총선 결과를 보면서 "모두가 트위터에 열광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 특정 세대, 특정 지역 사람들만 열광하고 있었다"며 "트위터 여론이라는 것도 자주 글을 올리는 몇몇 사람들이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떠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김정아씨는 최근 모바일 기반의 SNS인 카카오스토리에 빠져 있다. 아직 사용자가 트위터, 페이스북에 비해 적기 때문에 좀 더 진솔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초등학생도 쓸 수 있게 만든 게 트위터지만, 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같이 슬퍼하고 즐거워할 친구는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나정씨는 한동안 방치했던 싸이월드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트위터는 한진중공업 사태나 용역폭력 문제를 널리 알리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수백만원을 모금해주는 데에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간다운 소통까지 트위터가 해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SNS마다 각자의 기능이 있다"며 "대세에 떠밀려 SNS를 사용하기보다, 자신의 필요에 맞는 SNS를 사용하도록 스스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